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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수요미식회 / 과메기맛집] 해구식당

리가영 2017. 1. 23. 19:57

수요미식회 포항 편에 소개된다는 해구식당.
40여 년의 업력을 가진,
포항에서 최초로 과메기를 팔기 시작한
포항 과메기의 원조라는 설도 있는
내공 깊은 과메기 전문점이다.

죽도시장 인근의
먹자 거리 한 골목에 있는
아주 조그만 입구의 작은 가게다.
         

2014, 15, 16, 3년 연속으로
블루리본 서베이 리본 하나를 받았다.
          

안에 들어오니 기다란 홀이어서
아주 작지는 않다.
그래도 수요미식회 후에 몰려들 손님들을
어찌 다 건사하실지 걱정이 된다.
         

우리가 갔을 때는
어르신 두 분만 일하고 계셨다.
진정 어찌 수요미식회 여파를 감당하실지.
물론 지방이라 평일에는
여파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요즘 해구식당은
택배가 주된 비지니스라는 정보가 있었는데, 
박스가 아주 많이 쌓여 있는 것을 보니
그 정보가 맞나 보다.
          

해구식당에는 "과메기 한 세트"가
유일한 메뉴다.
필요한 양만큼 몇 세트를 주문하면 되는데
밥도 없고 국도 김치도 없다.
           

이렇게 잘 떼어내서
접시에 가지런히 담으신다.
          

윤기가 흐르면서도,
기름 범벅으로 흘러넘치는 서울 과메기는
근처에도 오지 못 할 깔끔한 기름짐이다.
현지에서 긴 시간 지체하지 않고 먹는 과메기,
왜 환상적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간다.
     

가위로 자르려고 하셔서
포항에 연고가 있는 동행이
저희가 손으로 할게요! 했는데,
어르신께서 직접 손을 찢어 주신다.
        

해구식당의 어르신들,
아주 정이 많고 친절하신 분들이다.

              

그리고 차려진 한 상, 한 세트다.

과메기를 위한 양념과 쌈 채소를 빼고는
다른 반찬은 하나도 없다.
포장과 택배를 위주로 하시고서는
가게에서는
식사보다는 술안주로 과메기를 파신단다.
           

배추, 봄동, 쪽파, 물미역.
물미역은 의외로 데치지 않고
물에 씻어만 냈는데, 아주 좋다.
아주아주 살짝 바다 느낌이 있어서
나는 더 좋다.
               

어떻게 먹어야 맛있어요?
자기 맞는 대로 먹어야지.
우문에 현답을 주신다. ㅋㅋㅋㅋ

그래서 배추를 깔고 미역을 올리고
과메기를 얹은 후 마늘과 쪽파를 더해
양념장까지 조금 해서 먹었더니
과메기 맛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주로 마늘과 배추 맛으로 먹는 셈이라
개인적으로 이것은 꽝, 비추, No no!
             

그래서 다시 시작, 그냥 과메기만.
전혀 비리지 않고
(사실 나는 아주아주 조금은
비린 맛도 있는 것을 선호하지만)
아주 연약한 꾸덕함이
촉촉하고 부드러운 탄력으로 마중하고
이어서 터지는 진하고 깊은 고소함.
딱딱하거나 질긴 부분은 찾아볼 수 없고,
균일하게 너무나 잘 말린 꽁치 과메기다.
수요미식회 포항 편에
합당하고도 남아서 거슬러주는
너무나 맛있는 최고의 과메기,
물론 개인적인 입맛과 취향이겠지만,
채소든 미역이든 양념장이든
다른 모든 사이드는 약하게 할수록 좋겠다.
                                  

김의 풍미가 그리 강하지 않아 좋을 뻔했는데
고추가 너무 맵다. ㅋㅋㅋ
        

초고추장을 살짝 바른 과메기와
아주 은근한 매콤함이 좋은 쪽파의 만남은
단순하고 직설적이어서 아주 좋다.
           

하우스인지 연약한 봄동도 좋고
마늘 양념의 양을 줄였더니
과메기가 별로 묻히지 않아서
그냥 과메기만에 대한
버라이어티로 괜찮을 듯.
        

오, 이것이 과메기 먹는 법 2등.
물미역으로 감싸고 초장을 조금 찍는 것이다.
포항 사람들로부터 배운 것인데,
미역의 꼬들꼬들함과
과메기의 살그머니 장난꾸러기처럼 꾸덕함이
꽤나 잘 어울리고
미역의 무미에 가까운 맛은
과메기의 고소함을
별로 방해하지 않아 좋다.
아, 맛있다, 맛있다.


먹고 일어나자마자 또 먹고 싶은
과메기 욕구는
해구식당의 과메기에서 처음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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